2024년 회고록 (백엔드로의 전향과 폐업)

올 한 해는 내 인생에서 또 다른 전환점이 되었다.

길을 많이 잃었던 것 같다. 많이 방황하고,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다시 생각하고, 또 도전하고, 그리고 아주 큰 변화를 겪으면서 내 생각이 많이 달라진 한 해였다. 그 과정에서 조금 더 성장하고 성숙한 사람이 되었다.

백엔드로 전향

작년 연말부터 백엔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상반기에 우연히 좋은 기회가 생겨 회사에서 백엔드로 직무를 전향할 수 있었다.

실무에서 자바/스프링으로 개발해보니, 사이드 프로젝트로 공부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복잡하며 방대했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발생했지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과 고민하는 시간들이 힘들면서도 정말 재미있었다. 백엔드로 전향한 후 '주어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자바와 스프링에 대한 지식을 더 늘리기 위해 공부도 많이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자바/스프링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고,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공부할 자료와 참고할 자료가 많다는 점이 좋았다.

프론트엔드 업무를 할 때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백엔드 업무를 하면서 왜 어려웠는지, 왜 안 되는지 등을 직접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같은 팀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중에 추상화와 객체지향에 대한 깊은 이해, 문서화 능력 등 배울 점이 많은 동료가 있었고, 그와 함께 일하며 많이 배울 수 있어 좋았다.

프로덕트 개발자

개발자는 기술에만 집중해서 운영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
이건 프론트에서 해야 하지 않나?
이건 백엔드에서 해결할 문제 같은데요?
이건 프론트나 백엔드가 알 필요가 없는 것 같은데요?
이건 저희 쪽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이 말들은 실제 협업 과정에서 들었던 말들이다. 사실 처음엔 나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개발자는 개발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 버그를 적게 내고, 빠르게 만들고, 잘 돌아가게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실무 경험이 늘고, 하나의 제품을 만들면서 팀을 이끌어 보기도 하고, PO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백엔드, 프론트, AI를 나누기 전에 우리는 모두 하나의 '프로덕트'를 만드는 개발자가 아닐까? 문제없이 빠르게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공통의 목표로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큰 조직이나 규모가 큰 서비스를 운영하는 곳에서 개발자의 역할은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신규 기능을 버그 없이 잘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다르다. 하나의 제품이 수익을 내고, 투자 유치를 받을 수 있을지, 생존이 걸려 있기 때문에 MVP를 빠르게 출시하고, 사용자 피드백을 받아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개선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는 본인의 욕심보다 현재 상황에서 프로덕트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스타트업에서는 무조건 빠르게 개발하는 게 좋은 건 아니지만,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는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개발자라고 무조건 기술적인 고민만 하고, 제품에 대한 고민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폐업

약 3년 넘게 다닌 회사가 폐업했다. 개발자로서 첫 직장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큰 회사에 인수되었기에 경영난이 생길 거라곤 생각못했다. 전화 한 통으로 직장을 잃게 되어 허탈하고 믿기지 않았다. 사전에 예고도 없었고, 회사가 힘들다는 조짐도 없었다. 모회사의 경영 악화로 자회사 투자가 줄어들었고, 결국 우리는 운영비 지원을 받지 못해 하루아침에 모든 직원이 직장을 잃었다.

처음 3~4주는 괜찮았다. 맹그로브 고성 이라는 곳에 가서 바다를 보며 이력서를 정리하고, 그동안의 경험을 되돌아보며 마음을 추스렸다. 그러나 한 달쯤 지나자 불안과 걱정이 몰려와 하루를 버텨내는 것이 힘들어졌다. 매일 눈물이 났고, "괜찮다, 다 잘될 거야" 같은 위로는 아무런 위안이 되지 않았다.

살면서 정말 힘들었던 순간이 3번 정도 있었는데, 이번이 가장 힘들었다. 특히 개발자 취업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백엔드 전향 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많은 서류에서 탈락했고, 겨우 면접을 봐도 합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당장의 취업뿐 아니라, 앞으로 개발자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개발 시장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언제까지 개발을 할 수 있을지 등 미래에 대한 불안이 나를 짓눌렀다.

다시 시작

다행히 연말쯤 나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새로운 스타트업에 백엔드 개발자로 입사했다. 자바/스프링이 아닌 NestJS로 개발을 하게 되었지만 괜찮다.

현재 글로벌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 인프라 개선, 레거시 환경 정비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하나씩 해결해가며 성장하려고 한다.

프론트엔드 업무를 하며 타입스크립트와 자바스크립트를 사용했던 경험 덕분에 NestJS 코드를 읽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또, NestJS 자체가 스프링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기 때문에 친숙했다. 현재는 레거시 코드가 많아 해야 할 일이 많고, 인프라와 서비스 아키텍처 설계, 도메인 파악 등을 진행 중이다.

2025년은?

새로운 환경과 프레임워크를 사용하면서 공부할 것이 많아졌다. Node.js, 데이터베이스, 타입스크립트까지 깊이 공부해야 한다. 현재는 '오브젝트'라는 책을 읽으며 객체지향 개념을 더 깊이 이해하는 중이다. 이 책을 끝낸 후에는 Node.js와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타입스크립트에 대한 공부를 이어갈 계획이다.

아래 사진은 2024년에 열품타를 통해 공부시간을 측정한 것이다. 열심히 공부했고 노력했다. 이 모든 시간들이 다 의미 있었다고 말은 못 하지만 이렇게 공부한 시간들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2024년,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결국 잘 해결했고, 해냈다. 여전히 '개발자'라는 단어를 들으면 설렌다. 좋은 서비스와 앱을 보면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해하고, 직접 찾아보며 배우고 싶다. 비즈니스와 기술을 연결하고,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성장하고 싶다.